"집 전체를 그냥 흰색으로 깔끔하게 해주세요." 상담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매장에서 흰색 원단을 쭉 펼쳐 보여드리면 대부분 놀라세요. 흰색이 한 가지가 아니거든요. 이번 은평구 녹번동커튼 시공은 래미안베라힐즈였는데, 다섯 공간을 전부 흰색 계열로 가면서도 톤은 넷으로 나눈 집이었습니다.
실측하러 갔을 때예요. 거실 창이 시원하게 넓고 멀리 산까지 보이는 집이었습니다. 벽지도 마루도 밝은 톤이라, 커튼까지 밝게 가면 자칫 경계가 사라져 밋밋해질 수 있는 조건이었어요. 그래서 같은 흰색 안에서도 단계를 나눠 잡았습니다.
거실은 이중커튼입니다. 속지 자리에는 물안개쉬폰커튼을 화이트 색상, 나비형상 가공으로 넣었고요. 겉지는 향균 멜로우 고급무지커튼을 백아이보리로 골라 형상가공해서 얹었습니다. 둘 다 흰색인데, 나란히 걸어두면 밝기가 한 단계 갈립니다.
속지 물안개쉬폰은 깨끗한 화이트톤이에요. 얇아서 안에서 밖이 비쳐 보이는 원단이라, 창을 가려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사진에서 커튼 너머로 앞 동과 산 능선까지 그대로 보이시죠. 대폭 원단이라 넓은 거실 창에도 이음선 없이 한 장으로 넘어갔고요.
양옆에 걷어둔 겉지가 백아이보리 멜로우입니다. 화이트에 아주 가까운데, 흰 원단 특유의 형광기만 빠진 라이트 아이보리톤이에요. 노란기가 도는 색이 아니라, 화이트에서 쨍한 기운만 덜어낸 쪽입니다. 여기에 세로로 결무늬 텍스처가 있어서 빛이 스치면 결이 살아나요. 속지의 깨끗한 화이트와 겉지의 가라앉은 백아이보리가 겹치니, 같은 흰색인데도 층이 생겼습니다.
Q. 흰색끼리 겹치면 밋밋해지지 않나요?
A. 같은 흰색으로 맞추면 그렇게 됩니다. 흰색 원단은 형광기가 살아 있는 쪽과 그 형광기를 덜어낸 쪽으로 갈려요. 쨍한 흰색 옆에 한 톤 가라앉은 흰색을 두면, 눈에 확 띄지는 않아도 서로 다른 면이라는 게 읽힙니다. 여기에 결무늬가 있는 원단을 한쪽에 쓰면 층이 한 겹 더 생기고요. 반대로 두 겹을 완전히 같은 흰색으로 맞추면 원단이 두 장인지 한 장인지 구분이 안 돼서, 이중커튼을 하고도 한 겹처럼 보입니다.
참고로 이 고객님댁은 커튼박스 안에 간접등이 들어 있어서, 전 공간에 형상레일을 넣었습니다. 일반 레일보다 높이가 있어 원단이 조명에 쓸리지 않거든요.
안방은 아이보리색 고밀도 리치암막커튼을 형상기억가공으로 갔어요. 여기서 흰색이 한 칸 더 내려앉습니다. 이 아이보리는 그레이빛이 살짝 도는 색이라, 형광기만 뺀 거실 백아이보리 위에 회색이 한 겹 더 얹힌 셈이에요.
색을 이렇게 옮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안방은 밤에 조명을 켜고 지내는 시간이 긴 방이에요. 형광기가 남아 있는 흰색은 전구 빛을 받으면 그 면만 하얗게 튀어 보입니다. 그레이빛이 섞인 아이보리는 빛을 받아도 튀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아요. 잠자리를 두는 방에서 커튼이 벽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면 안 되니까요.
리치는 실을 아주 촘촘하게 짠 고밀도 암막이라, 아이보리처럼 밝은 색으로 가도 95% 넘게 빛을 잡아줍니다. 색은 한 톤 가라앉히면서 어둡기는 그대로 챙긴 선택이었어요.
작은방은 안방과 같은 아이보리 리치암막으로 맞췄습니다. 여기는 톤을 새로 만들지 않고 안방 것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톤을 나누는 건 공간의 성격이 다를 때 하는 일이지, 방 개수만큼 색을 늘리는 게 아니거든요. 두 방 모두 잠을 자는 자리라 나눌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방. 이 집에서 유일하게 흰색을 벗어난 공간이에요. 연핑크색 샤넬암막커튼으로 갔습니다.
Q. 온 집이 흰색인데 한 방만 색을 넣어도 괜찮나요?
A. 오히려 그래야 색이 삽니다. 집 전체가 강한 색으로 채워져 있으면 아이방에 뭘 넣어도 묻혀버려요. 바탕이 흰색으로 정리돼 있으니 한 방만 색을 넣었을 때 그 방이 확실히 자기 자리를 갖습니다. 다만 채도가 높은 색은 피하시는 게 좋아요. 이 고객님댁 연핑크처럼 흰색에 색을 살짝 섞은 정도로 가면, 문 밖에서는 흰색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고 방에 들어섰을 때만 색이 느껴집니다.
샤넬은 암막 중에서는 가벼운 편이라 강한 빛만 걸러줍니다. 아이 방은 낮에 노는 공간이기도 해서 완전히 어둡게 만들 필요가 없었어요. 기장은 창문보다 살짝 길게 내려오도록 잡았고요.
마지막은 주방이에요. 창이 좁고 세로로 길며, 창 앞 상판에 가전이 줄지어 놓인 자리였습니다. 커튼을 달면 원단이 앞으로 나오면서 가전에 닿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여기는 소프트화이트 우드블라인드로 갔어요.
여기서 이 집의 네 번째 흰색이 나옵니다. 우드블라인드에도 흰색이 두 가지 있어요. 쨍하게 떨어지는 화이트와, 노란끼가 살짝 도는 소프트화이트입니다. 이 고객님댁은 소프트화이트로 갔어요. 벽이 회색 타일이라 쨍한 화이트를 두면 대비가 너무 날카로워지거든요. 원단 셋은 형광기를 빼고 그레이를 섞으며 차분한 쪽으로 내려왔는데, 주방만 반대로 살짝 올라온 셈입니다.
그리고 이건 원단이 아니라 나무예요. 원단은 빛을 통과시키며 부드럽게 퍼뜨리는데, 코팅된 나무는 빛을 튕겨내면서 선이 또렷하게 섭니다. 같은 흰색 계열인데도 주방만 인상이 확실히 다른 건 그래서예요.
주방을 코팅 제품으로 고른 건 관리 때문입니다. 매끈하게 코팅돼 있어서 조리 중에 기름이나 국물이 튀어도 바로 닦아낼 수 있어요. 슬랫 가장자리는 저희가 추가금 없이 살짝 라운드로 다듬어 드립니다. 각진 것보다 손이 닿았을 때 훨씬 안정감이 있어요.
| 공간 | 흰색의 이름 | 이 톤을 고른 이유 |
|---|---|---|
| 거실 속지 | 화이트 (물안개쉬폰) | 깨끗한 화이트톤, 비침으로 답답함 제거 |
| 거실 겉지 | 백아이보리 (향균 멜로우) | 화이트에서 형광기만 뺀 톤 + 세로 결무늬로 층 만들기 |
| 안방 · 작은방 | 아이보리 (리치암막) | 그레이빛이 살짝 도는 톤, 조명 아래서 튀지 않음 |
| 주방 | 소프트화이트 (우드블라인드) | 노란끼가 살짝 도는 흰색, 나무라 선이 또렷함 |
| 아이방 | 연핑크 (샤넬암막) | 흰색 바탕이라 한 방만 색을 넣어도 묻히지 않음 |
흰색으로 통일하고 싶으시다면, 매장에 오셔서 흰색 원단만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시길 권해드려요. 카탈로그에서는 다 같아 보여도 실물을 붙여놓으면 확실히 갈립니다. 이번 녹번동커튼 현장처럼 공간마다 반 톤씩만 옮겨도 집 전체가 정리돼 보여요. 은평구커튼 상담을 준비 중이시라면, 어느 방을 가장 밝게 두고 어느 방을 가장 가라앉힐지부터 정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양한 시공후기는 동대문커튼집사랑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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